미술에 꼬리달리, 경기도미술관, 안산 송은문화재단 소장품展-Testing Testing 1.2.3,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또 다른 목소리, 옆집갤러리, 서울
2010
대구사진비엔날레 우수 포트폴리오전, 대구 Chaotic Harmony-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y, Santa Barbara Museum of Art, Santa Barbara
2009
부산 국제 멀 아트 쇼, 부산 문화 회관, 부산 송은 미술 대상전, 인사아트센터, 서울 웰컴 투 훼미리, 가일 미술관, 청평 동강 국제 사진제 강원다큐멘타리 사진사업 특별전, 영월 The 8th China Photographic Art Festival & DALI International Photography Exhibition, 운남성, 중국 한국 현재 사진 60년, 경남 도립 미술관, 창원 공공의 걸작-경기도 미술관 신소장품전, 경기도 미술관, 안산
2008
사진의 북쪽, 관훈 갤러리, 서울 국제 사진 페스티벌, 구서울역사, 서울 한국 현대 사진 60년, 국립 현대 미술관, 서울 여성 60년사, 그 삶의 발자취, 여성 플라자, 서울 한국 사진의 프론티어전, 나우 갤러리, 서울
2007
한국 현대 사진의 풍경, 시립 미술관, 서울
2006
사람, 사람들. 인사아트센터, 서울 여성, 일, 미술,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서울
2002
한국 현대 사진의 지평 사람 바람전, 일본 사이타마 근대미술관, 사이타마 / 일본 센다이 미디어테크, 센다이 프랑스 초청 한국사진가 특별전, 프랑스 La Galerie Photo, 몽펠리에
이강일의 연구실 벽면에 죽 늘어선 작은 드로잉은 정직하고 견고하다. 손끝의 제주로 넘실대지 않고 익숙한 관성에 입각해 마구 풀려나오는 것도 아니다. 매순간 유연하게 풀어 둔 손에 의해 나온 그림들이다. 오랜 드로잉훈련은 작가의 몸을 다른 몸으로 만든다. 그러니까 드로잉을 한다는 것은 대상과 세계를 파악하고 이를 조형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고도의 몸을 만드는 일이다. 그 몸이 되어야 비로소 그림이 가능하다. 여기서 두 가지가 요구된다. 하나는 주어진 대상을 정확히 읽고 감지할 수 있는 눈과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파악한 것을 고스란히 그려낼 수 있는 손이다. 이 훈련된 손은 그러나 순간 타성화 되기 쉽게 작가들은 매번 그 손을 업그래이드 해야 한다. 버전이 떨어진 손은 이내 도태된다. 그래서 마치 가수나 성우가 매번 목을 풀듯이 화가들 또한 손을 푼다. 고도의 훈련을 거쳐 매번 새로운 손으로 거듭나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곧 죽은 손이 된다. 그때 그림도 함께 죽는다.
이강일에게 그림이란 법칙이다. 그는 손 발 그리고 몸통과 같은 인체의 토막난 부분에도 삶의 구체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부분 인체의 표정을 읽어내는 연습을 한다. 그것을 통해서 깊이 있는 내면의 법칙을 이해하고 싶다고 한다.
“제 가족과 이웃의 얼굴, 산에 올라 인상 깊게 보았던 소나무의 움직임을 주로 그렸습니다. 대상으로부터 받은 느낌을 놓치지 않고 바로 붓 끝에 옮기기 때문에 섬세한 묘사보다도 얼굴이나 나무속에 간직된 생명의 기운을 포착하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소나무를 관찰하면서 뻗어나간 가지의 모양과 바람에 흔들리는 그 움직임에 어떤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는 살면서 자주 접하는 사람들과 자연(소나무)을 반복해서 그리고, 그 안에서 시대의 보편성을 읽고, 그 각각이 지닌 시간과 기억의 지층을 읽으려한다. 인물과 자연이 저마다 끌어 안고있는 실존적 상황과 역사의 흔적을 진실되고 밀도 있게 그려내고자 한다. 그것은 조형의 본질에 대한 모색이자 회화성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은연중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셈이다. 보이는 것 너머에 무언가를 감추고있는 비밀스런 그림이다.
화가란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를 다시보게 해준다. 이강일은 주어진 대상을 관찰하고 그 대상의 생명법칙을 헤아린다. 그의 작업실은 그만의 독자한 조형법칙을 구현하는 그야말로 연구실이다. 붓과 물감, 종이를 통해조형의 법칙을 연구하는 산실이다. 대불대학교(현 세한대학교)연구실8210호는 그 어느 미술대학연구실보다 치열한 곳이다.
“Seoul Photo”, 코엑스 “KCAF”, 예술의 전당 “The Moment”, 63스카이아트 미술관 “FLASHBACKS”, Officina Gallery, Beijing
2009
“Pingyao International Photography Festival”, China “ 울산국제사진 페스티발”, 울산 “서울 포토”, 코엑스 “읽는 사진, 느끼는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2008
“Sottovoce”, Officina Gallery, Beijing
2007
“Pingyao International Photography Festival”,China “찾아가는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2006
“SIPA”, 예술의 전당 “Camera Work”, 서울시립미술관
2005
“Three View”, 휴스톤 De Santos 갤러리
2004
“한국의 모더니즘”, 금호미술관 “사진, 그 투명성의 신화”, 대전시립미술관 “한국의 풍경”, 모스크바 Noviy Manezh Museum
2003
“진경-새로운 제안”, 국립현대미술관 “Site Seeing”, 런던 Hot House “물”, 서울시립미술관
2001
“미술의 시작”, 성곡미술관 호주 RMIT 갤러리
2000
“새천년 미술제”, 서울 시립미술관
1998
“사진영상의 해 기념-서울사진대전”, 서울 시립미술관
1997
“끈”, 스페이스 SADI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1995
“우리시대의 사진가전”, 갤러리 아트빔
1994
“중앙사진대전”, 예술의 전당 “9월 1일전”, 갤러리아 미술관
1993
한국 현대사진전 “관점과 중재”, 예술의 전당
절제의 미학을 바탕으로 정갈하게 다듬어진 흑백사진은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잠시나마 현실 너머 상념의 세계로 인도한다. 아날로그 카메라로 촬영되고 암실에서 작가가 손수 제작한 은염방식(Gelatint Silver Print)의 흑백 프린트는 간편함과 편리함이 만연한 디지털시대에 도리어 귀한 가치 드러내며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정통사진의 깊이와 묘미를 다시 확인 시켜준다.
이번 ‘2012 Flux’전은 매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선보이는 룩스의 연례기획전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관객과 소통하고자 노력해 온 작가들 중 룩스가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된 전시이다. 연례기획전의 큰 타이틀인 ‘Flux’은 끊임없이 변모하며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룩스의 소망을 담고 있으며 올해 전시에는 사진,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업하고 있는 박승훈, 박자용, 베른트할프헤르, 이민경, 이소영, 이지연 등 여섯 명의 작가들을 초대하였다.
인간은 성장함에 따라 사람과 물체들 이외에 궁극적으로 자신이 경험했거나 존재했던 공간, 장소들에 애착을 갖기 시작한다. 추억에 의해 사로 잡힌 장소들을 처음에는 또렷이 인식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은 점차 희미해지고 그 끝에는 흐릿한 공간의 기억만이 머리 속에 남는다. 이러한 공간이라는 주제는 많은 작가들에게 끊임없이 매력적인 영감과 소재가 되어 왔다. 이번 『2012Flux_SPACE*SCAPE展』은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공간과 그 공간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다채로운 시각을 살펴 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은 그들의 사적 경험이 담긴 공간(空間)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복시키거나 작가 스스로가 개입함으로써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공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의 공간이 낱낱이 해체되고 다시 결합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흔적이 겹겹이 중첩된 새로운 이미지로 탄생한다. 사진의 기존형식에 대해 실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박승훈은 직접적이거나 혹은 간접적으로 접해 온 기억의 공간들을 찾아가 촬영한 후, 8×10사이즈의 대형필름을 손수 엮어서 포토콜라주의 형태로 재구성한다. 작가는 어두운 암실 속에서 마치 직물을 짜듯이 이미지의 파편들을 하나씩 붙여나간다. 디지털로 작업한다면 그 과정을 쉽게 컨트롤 할 수 있지만 작가는 이 모든 과정을 아날로그적인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때문에 이러한 작가의 인내와 수고로움이 묻어나는 제작방법은 그 행위 자체로도 고유한 가치를 가진다. 또한 과거의 기억의 조각을 찾아가는 작가의 긴 여정은 대상에 대한 그의 따뜻한 시선을 내포하고 있다.
박자용은 건축물이 세워진 공간을 사진으로 촬영한 뒤 작가의 상상력을 덧대어 또 다른 느낌의 조형적 공간으로 변형시킨다. 실재와 허상이 충돌하고 작가의 감성과 개인적 경험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하나의 프레임 안에 오롯이 자리잡는다. 그의 작품에는 평온함과 안락함, 그리고 묘한 긴장감이 혼재되어있다. 삼차원의 세계와 이차원의 평면,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이 결합된 그의 작품에서 우리는 마치 꿈처럼 모호하게 느껴지는 가상의 공간과 조우하게 된다.
베른트 할프레르는 독일 출신으로 작가의 주된 관심을 도심의 경관과 그 공간 속에 자리한 인공물, 그리고 이를 조망하는 본인의 시각을 표현해내는 것이다.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그는 세상의 여러 곳들을 찾아 다니며 보았던 풍경들을 카메라로 포착한 후 그 이미지를 쪼개고 다시 재편집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작업은 한 장의 이미지 컷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 편집에 가까운 기술로 나타내어지는데 때문에 찍혀진 대상의 장소성은 점차 사라지고 모호하고 기이한 패턴만이 작품 속에서 보여진다. 작가는 그 속에서 자신이 보았던 시간과 공간들, 그 자체의 순수성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조형성에 기반을 둔 독특한 구성방식과 작가의 치밀함에 의해 완성된 도시의 이미지들은 관람객의 시선을 작품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이민경의 공간에는 대상에 대한 아련함이 담겨 있다. 작가는 사진촬영 후 그 이미지를 공간모형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주위의 도시공간을 고찰하고 심도 있게 사색하고 있다. 그가 주로 다루는 소재들은 주로 도시의 낡은 다세대 혹은 연립주택으로 작가는 이러한 공간에 비추어 현 시대를 읽어내고자 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 유약하고 힘겹게 서 있는 가건물들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언제든 한 순간 무너져 내릴 수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언젠가 마주쳤을 법한 일상의 공간들을 화면에 담아내는 그의 작품에는 사진 특유의 다큐멘터리적인 기록성과 대상과 담담히 마주하는 작가의 관조적 성격이 잘 드러난다. 작가는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 기억에 담긴 그 불확실한 감정들을 보다 선명하게 대면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안내하고 있다.
공간의 축소 모형을 촬영해 만든 이미지 출력물과 설치 작업을 함께 발표해오고 있는 이소영 작가는 실재하는 건축물의 축소 모형을 만들고 그 내부를 촬영한 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여러 층의 레이어를 겹침으로써 기존의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허상의 몽환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푸르고 창백한 공기가 부유하는 공간 안에서 작가는 자신과 자신의 세계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지연의 작품은 자신의 기억이 생성된 장소, 지극히 사적인 자신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은은하고 단정한 언어로 풀어나간다. 작가는 라인테이프를 작업을 통해 공간을 분할하고 차분한 모노톤의 색을 입힌다. 화려한 기교 없이 선과 면으로만 분할 된 이 절제된 공간들은 그 자체로 아름다우며 정돈된 안정감을 주며 공간과 공간 사이의 비밀스럽게 감춰진 여백은 우리의 안정된 인식구조를 흔들어 놓는다. 작가에 의해 선택적으로 제거되어 비워진 공간은 이미지를 해석하는데 있어 많은 상상력과 자유를 부여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은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으로부터 만들어졌고 이는 사적인 경험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때문에 우리는 같은 공간을 마주하더라도 개인의 경험이나 기억에 따라 상이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여기 모인 여섯 명의 작가들은 각자가 다른 감각을 가지고 그들 스스로가 매개가 되어 자신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공간의 이면에 감성을 부여하고 제3의 공간을 창출해낸다. 예술가들의 무한한 열정과 수고로움, 그 과정에서 탄생한 의미 있는 흔적의 결과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공간을 바라보는 여섯 작가들의 특별한 감성과 그들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다.
나의 지난 10여년 작업을 돌이켜보면 ‘이미지와 실재’ 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해왔다. 물론 앞으로도 이미지와 실재에 대한 내 관심은 지속될 것이다. 또 기억, 노스탤지어, 첫사랑 등의 작은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했었다. 작은 주제에서는 외부의 사건이나 이슈보다는 내 자신의 내부와 과거의 어떤 개인적인 사건을 작업으로 끌어냈던 것 같다. 나의 생활에서도 외부와 관계를 맺고 관찰하는 것 보다 혼자 생각하고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프로그램을 배우며 실험하는 것을 선호했다. 이런 근시안적인 생활이 눈 건강에 좋지 않았다. 눈 건강을 해친 후에야 주위를 둘러보고 멀리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여행이 좋은 방법일까? 지난 겨울 인도여행을 하게 됐다. 누구인가 “여행은 타인의 삶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난다”고 말했다. 외국에 나갈 기회는 많았지만 전시나 일 관계로 간 터여서, 짧은 기간에 작품 설치하고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처럼 20여일 마음 편히 보고, 쉬고, 자기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는 처음이었다. 인도에서 평소에 생각하지도 않고 보지도 못했던 원숭이, 코끼리, 낙타, 임팔라 등의 동물들을 가까이 볼 수 있었고, 삶이 그리 넉넉지 않은 듯 보이는 인도인들의 일상생활 옆에 항상 함께 하는 소, 개, 말 등의 가축도 눈에 들어왔다. 인도 사람들은 동물들을 사육하거나 지배하는 모습이 아닌 마치 공생 하는 듯 보였다. 소나 개는 사람들 틈에 뒤섞여 아무렇지도 않게 길거리에 뒹굴어져 서로에게 무관심한 듯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며, 마치 동물이나 사람이나 비슷한 생활수준으로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뉴델리에서 승용차를 빌려 서쪽으로 이동할 때, 인도인 운전사가 간혹 차를 멈추고 풀을 쌓아 놓고 있는 여인들에게서 풀을 사서 근처에 있는 소에게 던져주고 가는 일을 계속하곤 했다. 보시를 하는 것이라 했다. 아담과 이브가 사는 낙원 혹은 근심, 걱정, 고통이 없는 천국은 아니지만, 또 다른 유토피아. 가난하고 고단한, 비루한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했다. 나 혼자만의 유토피아가 아닌 타자와 함께 하는… 인도 여행 중 또 다른 관심은 색이었다. 오토 룩샤, 트럭에 칠해진 그림, 길거리 인도여자의 전통 옷(사리)의 무늬와 색감, 누가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집 담벼락에 칠해진 색…. 이런 모든 색은 이미 있었겠지만, 인도의 길거리와 일상에서 만나는 색은 새롭게 느껴졌다. 인도에서의 색채는 명사라기보다는 형용사로 보였다.
나는 야행성이다. 한 낮의 도시는 분주하고 치열하고 부대껴서 게으른 나의 시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텅 빈 밤으로 무작정 발을 향한다. 새벽의 공간들은 도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지만 때로는 그 고요함과 스산함이 나를 안심시킨다. 도시를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하나 둘 내 앞을 지나간다. 처음에는 그들을 마냥 찍고 싶어 무턱대고 셔터를 눌러댔다. 흔들린 시선은 내가 마주본 풍경과는 조금 달랐다. 그들을 멈춰 세우고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새벽에 홀로 도시를 부유하는 사람들을 섭외했다. 낯선 이들에게서 오는 시선의 차가움과 야밤의 도시가 뿜어내는 스산함이 어떤 사건이 있었을 것만 같고 기구한 사연이 있겠다 싶은 묘한 기분을 감돌게 했다. 그런 이미지들을 모았다. 그들이 향하는 한 지점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난 여전히 헤매고 있다. 이 작업이 욕망의 공간을 부유하는 사람들과 도시의 이면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박정표, See, Sea, 2012. 8. 8 – 8. 21
나에게, 바다는 언제나 같으면서도 단 한 번도 같은 적이 없었고, 항상 가득 차 있었지만 동시에 텅 비어있는 듯 나를 사색의 심연으로 인도하였다. 어쩌면, 아무도 없는 무대 위 고독하게 서서 서툴게 독백하는 배우가 되는 기분이 든다. 아니 오히려 독방에 갇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것도 사방이 뻥 뚫리거나 혹은 꽉 막힌. 그리고 나는 소리치고 침묵하고 중얼거린다. 그것은 때론 야릇하고 불안하거나 비장하다. 그것은 온기서린 품이거나 차라리 하나의 우뚝 선 벽이다.
나는, 숨어있던 내면의 욕구나 상처들이 경련을 일으킬 때, 그 자국들을 살펴보면서 비로소 나를 돌아보게 된다. 사진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사진 앞에서, 나는 또 한명의 방황하는 관객이자 배우로 서게 된다.
‘See, Sea’ 연작은 본인이 바다를 마주하고 바라보며 경험한 시간을 사진이미지로 남긴 작업이다.
박정근, 이다..혹은..였다, 2012. 8. 22 – 9. 4
박정근을 바라보다, 최광호 (사진가)
(중략)
그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장소를 다시 찾아 사진을 찍는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 슬픈 기억 평온함 편안함 상처… 지난 5년동안 그의 만감에 합류했던 추억의 장소들은 시간이 흘러서 많이 변했다. 그런데 스스로의 기억은 옛날 그대로이다. 나도 변하고 장소도 변하였으나 내 기억은 예전과 지금이 같다.
옛날 첫 사랑의 추억을 찾아 그곳을 다시 갔다. 과거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였다. 지금은 애인 대신 사진기와 함께 간다. 중국, 이집트의 사하라 사막, 독일 바이마르… 박정근은 그 곳을 다시 찾아서 스스로를 바라본다. 바라보는 나는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이다. 기억속의 나와 지금의 내가 충돌한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그의 개인전 사진들은 모두 과거의 의식과 지금 다시 새롭게 거듭나는 의식의 흐름이 공존한다. 그는 기억의 시간 속에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나로부터 급변하는 세상 속에 사는 나에 이르는 의식의 흐름을 사진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저 바라보고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벗음으로 새롭게 사진 앞에 서는 것이 다름이다. 박정근의 벗음은 하나의 의식이다. 뱀이 허물을 벗듯이 스스로의 기억의 허물을 벗는다. 그 허물이 사진에 자국을 남긴다. 처음 엄마의 몸에서 알몸으로 태어나듯이 박정근은 벗음 사진으로 새롭게 태어남을 주장한다. 벗음으로 그 땅에 다시 섬이 당당하다. ‘나는 사진가야.’ 내가 이렇게 살았음을 사진적으로 선언함이 떳떳하다. 그리하여 나는 박정근의 작업을 의식의 허물 벗음이 있는 ‘의식의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박정근은 사진으로 스스로의 허물을 벗는다. 나 같다고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이다. 힘들지. 그래도 그 힘듬을 참고 잘 하자. 지금 너 잘 하고 있으니 나 좋다. 힘듬을 극복하는 것은 그렇게 스스로의 허물을 벗는 것이다. 허물 벗지 않고서는 자랄 수 없다. 그래서 허물 벗음은 성장이다. 그 스스로의 성장, 허물 벗음을 사진으로 박정근은 만들어가고 있다.
‘믿는다. 나를 믿는다.’ 박정근의 사진에는 스스로를 믿음으로부터 우러나는 감동이 있다.‘ 나 사진함으로 살아 있다.’ 사진으로 자신의 마음에 용기를 내게 하는 원천적인 힘이 바로 그의 사진속에 살아있다. 이렇게 살아왔기에 지금 이렇게 살아 있음을 사진과 더불어 고백할 수 있는 용기. 사진에 자신의 전부를 맡기고 사진가로서 거듭나는 모습. 그의 진정성에 반한다.
지금부터는 나로부터의 사진이다. 세상에 맞서는 사진가. 그 마음이 사진에 촉촉이 녹아내림이 좋다. 35살의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사진에 담김이 자랑스럽다. 첫 개인전이라 수줍어 하는 그에게 너는 벌써 아름다운 사진가야. 박정근. 너 참 훌륭한 사진가이다. 말하고 싶다.
화가 안창홍이 사진으로 전시를 한다. 소식을 전해들은 지인들은”왠 사진전?”하며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곧 사진전을 열 것이고 지금은 며칠째 컴퓨터 앞에 앉아서 파일에 저장된 사진들 중 전시 방향에 맞는 것들을 골라내어 색 교정 하느라 시간을 죽이고 있다.
왜, 전시 제목을 안창홍의 ‘쿠리에서 고비까지’ 라 정했는고 하니 여행 사진들로 하는 전시라 그렇게 했다. 설명을 좀더 덧붙이자면 약 이십 여년을 일년에 한두 번씩은 거의 해외로 여행을 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다닌 곳이 인도의 자이살메르와 몽골의 고비사막 주변이라 그렇게 했다, 쿠리는 인도의 카자흐스탄, 자이살메르에 인접해있는 작은 마을이고 고비는 몽골의 고비사막을 뜻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카메라 만지기를 좋아했다(견고하면서도 세련된 몸통과 스스로 지능을 가진 듯이 보이는 탐미적이고 반들거리는 눈알)물론 사진 찍기도 좋아했다. 궁핍과 절친한 관계이든 젊은 시절에도 제법 값나가는 카메라(그땐 카메라가 제산 목록에 들어갈 만큼 귀한 시절이었음)를 어렵사리 장만하곤 여기저기, 이것저것 열심히 찍어댔었다. 나름, 예술 혼으로 폼 나게 찍어 놓은 것들도 더러 있었다.
그렇게 사진과의 깊은 인연 때문인지 나의 작품들도 사진과 연관되어 있거나 사진을 이용한 것들이 많고, 마음 한편엔 기술적인 것과 예술적 내공이 다져진, 내 방식의 연출로 빚어낸 탄탄한 사진들을 모아서 전시회를 하고픈 욕구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사진을 선별해 내는 동안 아이디어 하나가 떠오른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사진 속 인물들이나 풍경 위에 노랑나비를 몇 마리씩 팔랑 팔랑 날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나비들이 여행자의 자유롭고 일탈된 영혼의 상징처럼 사진 속 여기저기를 날아다니게 하고픈 것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역시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는다. 비교적 안락한 삶에서 이탈된 오지 여행은 사실 여간 힘이든 것이 아니다. 불결함과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고 우리에겐 이미 생활화된 질서나 상식적인 원칙 마저 도 기대할 수가 없다. 그래도 틈만 나면 여지없이 그곳으로 가기 위해 배낭을 꾸리는 이유는, 그곳에는 더욱 깊은 절망이 있고 탄식과 분노가 있고 우리는 잃어버린지 이미 오래된 사람의 향기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물리적으로 치러내야 하는 육체적인 힘겨움 쯤은 정말 하찮게 여겨질 만큼 소중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내심과 절심함 없이는 감히 근접할 수 없는 가치로운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성찰과 깨우침, 경이롭고 찬란한 고대 문명들, 척박하고 광활한 대지의 숭엄함, 사막여우, 쏟아지는 별들, 눈만 감으면 선연히 떠오르는 보석처럼 빛나는 시간들이 지금 이순간도 내 손목을 잡아 끄는 것이다. 내 영혼의 한 부분은 언제나 그 곳에 있고 다시 그곳으로 날아가기를 꿈꾸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물건은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의 손길을 거친다. 어떤 것은 세심한 손길을 거치고 어떤 것은 거친 손길을 거친다. 어떤 것에서는 자부심 가득한 손길이 묻어나고, 어떤 것에서는 조심스럽고 겸손한 손길이 묻어난다. 이들 중에는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소박한 모습들로 평범하며 너무도 친숙한 오브제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대상들을 경험과 호기심, 공감의 기재를 이용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고, 그러한 이해 속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자한다. 오늘날처럼 시각이미지가 강력한 시대는 일상이 곧 시각문화이다. 넘치는 시각문화의 홍수 속에서 우리 주변에 공기처럼 만연해 있지만 그런 이유로 해서 당연한 사물들을 수집하여 일상속의 경이로움을 찾고 사물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자 하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걸리버 여행기」에서는 시선에 따라 인간의 모습과 환경이 다르게 나타나는 내용을 통하여 인간에 대한 다양한 풍자를 보여주고 있다. 소인국과 거인국 그리고 다양한 세계 속의 여행을 통해서 사물에 대한 생각이 고정되어 볼 수가 없음을 알게 된다. 거인국에 들어가 소인이 된 걸리버에게는 항상 친근한 대상일수 있는 귀여운 고양이와 강아지가 한순간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그 속에서는 그들의 노리개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소인국에 들어가 거인이 된 걸리버에게는 가장 크고 위대한 권력을 지닌 자들의 모습조차도 장난감들의 하찮은 움직임으로 보일수도 있는 너무나 대상의 의미가 사라져 보이게 된다. 또한 대리석을 부드럽게 하여 바늘꽂이로 사용하는 엉뚱한 과학자가 있는 나라 등을 통해 바라보는 시선과 사고를 바꾸어서 발견하게 된 낯선 세계를 알아가게 된다. 평범함과 익숙함이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의미가 크게 변화함을 볼 수 있다.
“ 땅 아래 바닥을 바라보고 이러한 소소한 주변이 소인이 되어 바라보니 거대한 풍경이 되어 나타난다. 늘 옆에 있던 흠집 많은 컵 하나가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푸른 산 위에 바위가 되고 또는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동굴이 되며. 무심코 편안하게 앉아만 있던 아주 오래된 나무 의자 속에서 커다란 힘으로 짓누르는 기념비적인 기둥을 찾아내기도 한다. 매일매일 사용하던 수건 안에서 넓고 넓은 하얗게 쌓인 눈을 찾아낼 수도 있다.”
이러한 시선을 통하여 진실이라 여기고 있는 보이는 그대로의 세상이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어찌 보면 그 속에 숨은 그림들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각의 여정을 통해서 현재 내가 서있는 이 자리(in this place) 일상 속에서의 경이로운 걸작을 찾아내고자 하며 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고자 한다.
Lee, Ju Eun’s note
All things go through someone’s hand. Some may be touched by a delicate hand and some may have gone through rough hands. Some give an impression that they have been handled by a person with pride and some by a cautious or modest person. From these objects, we get an impression. Some have worked for us and remain a simple picture within our minds; an unsophisticated picture that stays with us; ‘objets’ that are very simple and familiar to us. We use these subjects to build our experience and satisfy our curiosity. The materials connect us to everyday, bringing an understanding of the world you are in; I want to see through an observer’s eye, the idea is abstracted from inside this understanding. Currently, the visual image is strongly appealing, ours is a visual culture. We are constantly exposed to visual media, they surround us, as ubiquitous as the air; for this reason, I want to present another side of these objects; the observer notices their tactile dimension and is filled with a sense of wonder that an everyday object can convey such a richness of meaning.
The novel ‘Gulliver`s Travels’, satirizes the human state. Gulliver, the quintessential traveller, experiences new and wildly different humans and landscapes that shape his perceptions. As we follow his travels, we realise that our own ideas of an image cannot remain the same. We, like Gulliver, have been exposed to ‘Lilliput’ and ‘Brobdingnag’ and we are shaped by that. In ‘Brobdingnag’ the familiar cute cats and dogs are transformed into the most dangerous of animals and Gulliver becomes like a toy in their game. In ‘Lilliput’, Gulliver is cast as a giant among tiny men. He looks down on them disdainfully; their petty doings are beneath his interest. Whether Lord or servant it is all the same to him. We take the journey with him and our values are called in to question by each new experience. We see a scientist, who has made a shard of limestone very smooth to use it as a needle holder; we learn about an unfamiliar world that has different views and understanding concerning an event or an object. We discover that the ordinary and the familiar can be interpreted differently through different people’s perceptions.
“I fell into a high Road, for so I took it to be, though it served to the Inhabitants only a foot Path through a Field Barley. Here I walked on for some time, but could see little on either Side, it being now near harvest and the Corn rising at least forty Foot. I was an Hour walking to the end of this Field, which was fenced in with a Hedge of at least one hundred and twenty Foot high, and the Trees so lofty that I could make no Computation of their Altitude. There was a Stile to pass from this Field into the next. It had four Steps, and a Stone to cross over when you came to the uppermost. It was impossible for me to clime this Stile, because every Step was six Foot high and upper Stone above twenty.” (From Gulliver’s Travel)
We come to the realisation that a familiar object may have a hidden characteristic inside. Through this voyage through different visual representations; I wish to find a masterpiece in daily life and come up with a different idea of them, not from the place where I stand now, but from my new perspectives discovered on my fantastical journey.
갤러리룩스는 1999년 개관 이래로 12년간 젊은 작가들의 발굴은 물론 기성작가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전들을 개최하여 왔으며 관람객과 작가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문화공간이 되고자 노력해왔다. 매년 연말에 열리는 룩스의 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상적인 방향으로 발전한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전시는 매해 다른 주제를 가지고 다양하게 변모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국내외에서 꾸준한 활동을 선보이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들 중 룩스가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창의적인 작품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갤러리룩스의 연례기획전이다.
2011년을 마감하고, 2012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열릴 이번 전시에서는 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선경, 이소영, 이주은, 임수식, 최병관, 최봉림 등 여섯 작가들을 초대했다. 룩스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장르와 형식을 넘어서 진지한 태도로 작업에 임하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고 창의적인 그들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작가들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차분하지만 힘 있는’ 여섯 작가들 고유의 화법으로 만들어진 이번 전시를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참신하고 다양한 시각을 만나본다.
이선경은 자신의 얼굴을 소재로 하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양가성(兩價性)을 드러낸다. 양가성(兩價性)은 동일 대상에 대해서 정반대의 상대적인 감정을 동시에 향하는 정신 상태를 말하는데 이 같은 감정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혼란과 두려움, 잔혹함과 연민 등 자신과 타인에게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이중성과 페르소나를 치밀하게 그려낸 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강렬하고 매혹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소영은 현실의 공간을 바탕으로 하여 초현실적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작가가 전시했던 미술관, 작가의 작업실 등 사적인 공간들을 축소모형으로 만들어 사진 속에 담고 그것을 다시 가상의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화면 속에서 부유하는 듯한 몽환적인 공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주은의 작업은 소소한 일상 속 사물의 일부분을 사진으로 담아 프린트 한 후 그 위에 에폭시 레진을 입히는 다소 특별한 방법으로 표현된다. 그의 작업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물들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시작되는데 평범하고 익숙했던 오브제들은 프레임 안과 밖의 주인공이 되어 독특하고 경이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임수식은 민화인 책가도(冊架圖)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에는 색과 크기가 다양한 책과 책장 주인의 취향이 담긴 사물들이 촘촘히 놓여 있는데 그것들은 우리에게 묘한 관음증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주제에 맞추어 사진의 평면성을 벗고 입체감을 더하기 위해 작가는 컴퓨터 작업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을 조각조각 손수 바느질 하여 엮는 수고로움도 마다치 않았다. 그가 담은 책장 속에는 다양한 관심사와 이야기들이 숨어 있어 보는 이에게 훌륭한 시각적 요소들을 제공한다. 최병관은 수면 위로 퍼져 나가는 잔잔한 물결의 형상을 감각적으로 포착해내었다. 대상 본연의 모습을 인위적 연출이나 왜곡이 없이 온전히 담아내어 때 묻지 않은 자연의 경건함과 그 본질을 재현하고 있으며, 카메라가 가지는 사실성을 통하여 그 형상을 선명하게 인식하게 하고 대상을 순수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작가가 담아낸 물의 형상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감성에 고요하게 스며들어 보여지는 그대로를 조용하고 차분히 응시하게 한다. 최봉림의 작품에는 수많은 나방들이 빼곡히 앉아 있다. 작가는 빛을 통해 나방과 밤 벌레들을 불러들여 평면 보드지에 유도한다. 우연적으로 배열된 대상은 작업의 주체인 작가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사진이라는 프레임 안에 박제된 대상은 생명력 있는 아름다움으로 머물러 우리에게 생생한 자연이 만든 우연의 미학을 느끼게 한다.
차가운 겨울, 따스한 햇빛이 창을 통해 아련히 비쳐온다. 코 끝에 떨어지는 한 줄기의 빛은 차디찬 공기 속에서도 온기를 지켜 그 따스함을 선사한다. 이러한 한 겨울에 문득 느껴지는 한 줄기 빛처럼… 갤러리룩스도 작가들의 열의를 응원하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자 하며 함께 어려움을 한 계단씩 헤쳐 나가 그들과 진심을 나누어 서로 발전하는 사이로 거듭나고자 한다. 또한 라는 전시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요즘과 같은 현대미술시장의 불황 속에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과 나란히 발맞추어 걸어 나가며 서로가 상생하는 이상적인 동반자적 관계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