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in a Bottle(병 속에 시간을 담아둘 수 있다면)’을 듣고 영감을 얻은 이번<사계> 연작은 빈 병 속에 아쉽고 소중한 시간을 영원히 담아내고 싶다는 은유적 염원을 담고 있다. 시간의 확장성으로 계절을 연상시킨 과일과 조우하여 예술이 줄 수 있는 무한대의 시각적 언어로서 재해석한 병을 통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소재들에 대해서도 결코 쓸모없지 않고 그 자체로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무심한 듯 보이는 빈 병은 그 안에 담겼던 내용물과 시간의 기록들이 소멸하는 과거에서의 흘러가는 시간을 상징한다. 제철 적정 시기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면서 시간의 흐름을 일깨워주는 또 다른 오브제인 반갑고 신기한, 생생한 과일을 통해서는 현재 지금의 시간을 주목하기를 바랐다. 이렇게 대립적인 개념을 내포한 두 오브제를 또 다른 대립적 개념을 가진 빛과 그림자의 표현으로 극대화하였고, 오후에서 저녁으로 흘러가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재현하였던 과거 인상주의와 같이 나의 사진 속의 대상들에 강렬하게 부딪혀 나타나는 빛과 그림자가 이러한 감정의 선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전 작업과는 달리 비스듬한 이질적 배경의 구도와 촬영 당시의 감정에 대한 색감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사계> 연작 속 두 오브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시간이 내재하는 소중함, 숭고함… 이는 우리 인생의 많은 물음에 대한 답이 될 것이고, 또한 현재의 가치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시 “강 하류에서 꿈꾸기를 한 조각상”에서는 경계지역들을 다니며 본 풍경들을 다루는데, 이는 날이 선 분위기의 풍경 속, 대상을 관찰하며 느낀 시각적 유희를 회화를 통해 그려내고자 한다.
<금강산>은 2012년부터 진행한 <DMZ풍경 시리즈>의 연작으로 출입이 제한되거나 사진촬영이 불가능한 풍경들을 회화로 그려낸 작업이다. DMZ 풍경 시리즈는 태어난 지역이기에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휴전선부근에서의 경험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어렸을 때 작은 카메라를 들고 자유롭게 사진을 찍으러 다녔던 공간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군사적으로 이 곳의 자유를 제한하여, 더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 진다. 이 제한은 휴전중인 국가의 국방 안보의 문제일 수도, DMZ 안보관광 상품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매번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제한범위가 바뀌는 것을 경험하였다.
2년 전, 국방부 행사로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보다 더 북쪽에 위치한 707op에 방문하였다. 한 군인이 대형 망원경을 통해 눈앞에 둘러싼 금강산을 확대하여 모니터에 보여주며 브리핑하였고, 확대한 금강산에서는 검은 구멍(벙커)이 곳곳에 뚫려 있었다. 촬영이 불가능한 모니터 속 확대한 풍경은 드로잉과 기억에 의존하여 그렸다.
DMZ 풍경시리즈의 초기 작업에서는 캔버스 안에 제한적인 풍경들을 좀 더 사실적으로 담아내 보여주고자 하였다면, 최근 작업은 회화 안에서의 풍경에 대한 심리적인 경험을 상대적으로 극대화하여 표현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