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Night is Young
  • 유재연 Jaeyeon Yoo
  • 2019. 4. 18 - 5. 19  

작가노트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밤의 사유들

 

 

어느 날인가 부터, 낮에는 일을 마치고 밤에 작업실을 드나드는 나의 일상을 생각하며 환상 문학가들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 문득 그들이 경험한 밤의 세계는 어떠하였을지 궁금해졌다. E.T.A 호프만1)과 프란츠 카프카2)를 떠올려본다. 낮에는 본인들의 업을 위해 일터에 나가고 밤에는 책상 앞에 앉아 기이하고도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써 내려간 그들의 세상을 생각해본다.

 

그들의 밤과 지금 나의 밤은 무엇이 다를까?

 

나의 작업은 ‘기억해내기 힘든 아주 어릴 때의 기억부터 어렴풋이 생각나는 유년기, 그리고 청소년기의 불안한 감수성이 현실 사회에서 어떻게 현재화되어 구체화되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는 나의 작업에서 개인의 불안과 고독이 환경과 사회의 기능적 역할과 수반되며, 어떻게 상충하고 현실에 대한 개인의 체험과 인식이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어떻게 탈-경계적으로 재구성되는지 연구함으로써 표현된다. 정신분석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암묵적인 유년기의 장소와 기억, 그리고 유년기적 환상과 불안사회의 혼합물들을 전시공간으로 끌어들여 기억-현실-현대미술의 순환구조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려 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작업들은 개인이 구축한 상징계와 현실사회의 실재계가 만나 생기는 부스러기들이라 말 할 수 있다. 개인으로부터 생성되는 상상계가 끊임없이 확장되는 밤의 세계에서의 환상적 경험과 단절과 교류라는 양가적 특성을 가진 현실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립될 수 있는 자유와 사회적 교화에 의한 압박이 충돌했던 경험들을 환기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시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부터, 나는 내가 맞이하는 이 세계의 모든 간극에 주목하게 되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 세계의 모든 간극이란 곧 어른과 아이의 괴리, 현상과 실재의 괴리, 일과 놀이, 사회와 환상, 공포와 꿈, 가정과 사회, 지식과 감정 등의 괴리이다. 내가 보는 것과 똑같이 펼쳐지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세상은 항상 조금씩 갈라져 있으며, 그 갈라진 틈 사이로 나는 표피 아래의 것들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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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T.A 호프만은 독일의 낭만주의 작가이자 작곡가이다. 그는 그림과 음악에 뛰어났고 대법원 판사를 지냈다. 그 후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공상적이며 마법적인 기괴한 것이 많았다.



2) 프란츠 카프카 또한 법학으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하여 프라하의 보험회사에 법률고문으로 취업했지만 그의 일생의 유일한 의미와 목표는 문학창작에 있었다. 남아있는 편지에 따르면 그는 회사생활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글 쓰는 데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결핵으로 죽기 2년 전까지 보험회사에서 법률고문으로 근무하며 퇴근 후에는 밤늦도록 글을 썼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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