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거에 환경과 사람을 통해 받은 정신적인 충격과 트라우마로 인해 유년시절부터 선 밟는 것을 싫어하고 손에 이물질이 묻으면 못 참고 특정 행위를 반복하며 확인하고 숫자에 민감하고 모서리나 난간에 놓여있는 물건들을 불편해하는 등의 강박증, 처음 본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사생활을 허풍으로 부풀리고 차려진 무대를 두려워하고 대인관계를 원하면서도 다가오면 피하는 인격적 장애들과 공포증, 규칙적인 소리에 과민하고 이따금 들려오는 이명에 약을 찾았고 일련의 비슷한 꿈들이 찾아올 땐 그 후 다가 올 현실에 힘들어했고 가족들에 의한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수면장애 등 수많은 증상들을 달고 살아온 나는 증상인간 그 자체였다. 과거 작업들은 대부분 트라우마를 겪어서 생긴 하나의 감정을 주제로 풀어냈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현대인들이 정신병 몇 개 정도는 가진 채로 살아간다고 말할 정도로 각종 증상들은 흔하고 만연되어 있었다. 전염병 시대인 지금도 불안과 공포로 계속 새로운 증상들이 생겨나고 있다. 증상이 병이 되려면 그 기준은 무엇이고 증후군 공포 장애 등 명칭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일까가 궁금해졌다. 실제 찾아본 자료에서는 극단적인 증상을 기준으로만 판별하기도 했고 가벼운 증상이 정신 질환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단순하게 수줍어하는 수줍음이 병리화가 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각 장애들의 진단기준이 대폭 낮아 지면서 검사 신뢰도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자료를 토대로 봤을 때 병이라 지칭할 수도 없는 이 증상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 고민을 바탕으로 증상을 가진 인간에 관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얻은 결론은 증상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오랜 시간 겪은 환경과 인격이 합해져서 만들어놓은 결과이다 증상은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만의 고유한 특성이다.
증상이 곧 통증인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증상을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면 증상은 나의 보호막이나 막강한 무기가 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나와 타인을 치유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인간이 느끼는 다양하고 말로 설명 할 수 없는 감정들 까지도 약이나 치료를 통해 해결되어야 하는 병리학적 명칭에 갇히는 것에 동의 할 수 없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에 사람들이 지난 세기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나 증상들을 현시대에 느끼고 그 감정을 토대로 변화를 이루며 정신적인 진화를 거쳐가고 있는 중이다.
만약 당신이 가진 독특하고 고유한 증상으로 힘들어한다면 그러기를 멈추기를 희망한다. 물론 뿌듯해 하며 그 능력을 즐거운 마음으로 누리기를 바라지만 적어도 증상 뒤에 숨거나 증상 때문에 스스로 움츠려 들지 말았으면 한다.
어쩌면 당신은 미래의 HOMO SYMPTOMUS 증상인간이라 불리우는 신인류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