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끈거리는 현실 속에서 부유하듯 다른 세계의 삶을 사는 것 같이 떠 있는 느낌, 있어야 할 자리를 잃어버린 물건들. 살아있으나 생명을 이미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인 것들. 불완전하고 영원하지 않은 존재들. 순간 뇌리를 스치는, 어디서 보았을 법한 현실의 순간들. 만질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말로 할 수 없는 순간들.
잡으려고 하나 손에 잡히지 않고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같은 현실. 침잠하여 바닥 없는 늪으로 가라앉아 있는 느낌들.
개미가 모래사막을 지나가는 것과 같은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들… 에서 나타나는 피사체들은 현실에서 오는 억압의 순간들과 암울한 심연의 기억적인 파편들이다. 얽히고 꼬여 다시 돌아갈 수 없고, 풀 수 없고, 지울 수 없는 현실의 삶의 자국과 상처를 표현하고 싶었다. 일상의 순간과 대상 속에서 나 자신의 내면을 투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물을 선택했고, 그 속에서 나의 다른 자아(alter ego)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는 스스로가 내 안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행위이며, 그 결과는 내 자의식의 초상이다.
reverie, somewhere은 내 과거의 경험과 꿈 그리고 무의식과 연결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죽음’과 이어져 있다. 사진을 여러장 조합하여 보여준 것은 관련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일상의 파편적인 이미지가 서로 고리를 물고 예측할 수 없는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게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주원, Mellow, 2008. 8. 13 – 8. 19
Mellow Series는 오브제 화 된 신체와 기존의 여러 오브제 자체를 이용하여 일상적 느낌과 탈색된 섹슈얼리티를 표현한스틸 라이프 시리즈이다.
섹슈얼리티는 개개인의 감정 상태나 환경 등에 의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재현되며 해석된다.나에게 섹슈얼리티는 밤, 욕망, 긴장감, 화려함, 관능 등의 디오니소스적 이미지와 대립되어 존재
한다. 내가 지닌 섹슈얼리티는 한낮의 나른함과 일상성으로 재현된다. 에로스는 우리 일상의 수면 아래 언제나 잠재되어 산재해 있으며 우리는 언제라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일요일 오후, 잠에서 깨어나면 섹슈얼리티는 방금 잠에서 깨어난 나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나른한 모습으로 공간에 존재한다.
공간 안에 오브제로써의 신체가 있고 오브제로써의 사물들이 있다. 이 오브제들은 섹슈얼리티를 재현하는 수단으로 방 안의 부드럽고 말랑한(Mellow) 기운을 만들어 낸다. 어떤 사물들은 특정한 메타포를 담고 있기도 하며 특정한 취향과 기호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들 자체가 아닌 이것들로 이루어진 방 안이 지닌 나른하고 일상적인 기운이다. 문학적 코드나 고전 회화와 현대 회화의 제스처를 모티브로 삼기도 하나 특별히 가공하지 않은 일상적(Daily) 누드는 대중문화의 아이콘들, 과일, 거울, 꽃과 같은 섹슈얼리티를 상징하는 메타포들과 오브제 화 한 신체와 함께 공간에 녹아 부드러운 기운을 만들어내며 이것이 작업을 통해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내밀한 순간의 감정이다.
박찬민, Intimate City, 2008. 8. 20 – 8. 26
도시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살고 있으며 그 안의 도회적 건물들도 각기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한 모습으로 숲을 이루고 어우러져 있다. 도시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확실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희뿌연 연무 속에 각자의 확실한 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도시인의 모습 또한 이와 같이 각각의 다른 개인 들이 자신의 개성대로 살고 있지만 그러한 모습들의 전체는 다수 속에 감추어져 그 정체성이 흐려진다. 환경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영향을 끼치고 그 안의 사람들 역시 환경에 변화를 가하며 살아간다. 그 속에서 도시의 환경이나 도시의 사람들은 결국 서로를 닮아가고 애증과도 같은, 즉 자신의 환경을 비판하고 혐오하면서도 늘 함께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역설적인 관계에 놓여있다. 도시와 그 속의 인간의 모습은 그렇게 친밀하고 반면 모호하다.도시 속의 우리의 삶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친밀하여 간과 할 수 있는 그 내면의 모습에 대하여 다시 한번 성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환경과 우리 주변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 아니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대다수의 인간이 모여 사는 도시 속에서 그리고 도시를 관조함으로써, 도시와 도시, 인간과 인간, 도시와 인간 사이의 관계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임준영, New Fossils, 2008. 8. 27 – 9. 2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New Fossils”이란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화석의 발단은 환경이라는 문구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우리의 환경은 많은 오염들로 인해 파괴되어 왔습니다. 그 속에서 자란 많은 요소들은 또 다른 요소를 만났고, 다시 태어났습니다. 나의 이 “새로운 화석” 작업은 인류에게 환경의 아름다움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시도된 작품입니다. 환경이 주는 중요한 요소들이 무엇이며 우리가 지키고 간직해야 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미지를 통해 보여주고자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요소들 중에서 선택한 바다생물체들, 채소와 같은 야채류와 꽃을 선택해서 작업하였고 이 이미지들은 Fabric과 같은 섬유소재의 혼합으로 보다 아름답고 몽환적인 느낌의 이미지들 완성시켰습니다.
또한 “New Fossils(새로운 화석)”은 인류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화석”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우리 주위의 아름답고 자연적인 소재들, 특히나 흔히 볼 수 있어서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았지만 “화석”이라는 모습으로 너무나 특별한 존재가치를 가지는 소재들을 가지고 만들어온 프로젝트입니다.
실제 화석이 돌에 박힌 모습, 송액에 갇힌 형태 등등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Fabric이랑 이미지를 혼합하기도 하고, 거친 표면의 캔버스에 프린트를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화석이라는 존재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젤 표면 안에 담아서 마치 송액에 갇힌 이미지를 뮤지엄 라이트 박스라는 곳에 담아서 보관되며 다음, 그 다음 세대들을 위해 보여질 것입니다.
저의 작품 또한 정물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며 현대문화와 옛 문화의 연결 고리를 이루고자 새로운 기법을 New Technology인 Photoshop을 통해서 표현하였고 옛모습을 간직하고자 Canvas에 인쇄를 하여 나무 프레임에 직접 Attach해서 마치 오일 페인팅처럼 느낌이 들게 만든 작품입니다. 새로운 화석이란 주제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었고 여러 방향으로 다양한 프로세스를 통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즐거움과 또는 환경의 아름다움을 묘사할 계획입니다.
나는 이 새로운 화석을 통해서 내가 숨쉬고 있는 삶의 공간을 묘사합니다. 작고 흔하고 그냥 없어져 버릴 수 있는 것이 제 작품 속에서 그 고귀한 존재가치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문자가 기거하는 공간은 무척 다채롭고 광막하다. 책의 행간에 차분히 고여 있지 않고 거리와 광장, 일상 공간 이곳저곳에 붙어 있고 수많은 사물의 피부에 밀착되어있다. 우리는 그토록 많은 문자 속에서 산다. 문자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여전히 문자는 세계 속으로 안내하고 사물을 지시하고 나아가 그 사물의 쓰임을 일러주는 한편 세계와 사물을 내 의식 안으로 수렴하는 역할을 한다. 문자로 표상하는 세계를 알지 못하면 그 곳에 가닿을 수 없다. 문자와 이미지는 저 세계를 내 안으로 불러들이고 호명하는 수단이자 매개이다. 그것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문자 역시 이미지다. 오늘날 문자는 단순한 지시나 기호, 언어적 체계에 머물지 않고 강력한 시각적 볼거리를 연출한다. 그것은 더없이 미적이고 문화적인 시각성을 가시화한다. 아니 오히려 미술보다 더 막강한 영역에서 눈에 호소한다. 읽고 보고 느끼고 감상하는 문자/이미지다. 여기 모인 작가들은 우리들 삶의 환경에 흩어진 무수한 문자를 찾아 나선다. 그들은 거리에서, 삶의 공간에서 간판과 광고와 벽, 그리고 곳곳에 서식하는 문자를 건져 올렸다. 일상 공간에서 문자를 채집하고 그 문자가 지시하거나 함의하는 의미를 헤아려보는 한편 구체적인 삶의 공간을 지배하거나 장식하는 다양한 문자, 독특한 서체와 절박하거나 절실한 언어를 지닌 것들을 시각화하고 있다. 문자들은 여러 표정을 짓고 있다. 관제적인 법망에 의해 구축된 단호한 표상체계인 동시에 그 사이로 무수히 작은 균열을 만들고 있는 자생적이고 반항적이며 탈구축적인 문자의 세계도 존재한다. 광장과 관공서의 표지판과 게시판과 함께 화장실 벽면과 도로와 입간 판과 소수 동호회 로고 등등이 공존한다. 그것들은 매우 중요한 시각적 정보이자 독특한 이미지작업에 해당한다. 사진과 회화 속에 반영된 현실 문자세계를 모아보았다. 여기서 현실 속 문자란 다름아닌 입간판, 낙서, 간판 및 이런 저런 지시문구 나 표어 등이다. 그런 문자들은 일종의 기호로서 작동하며 실제 현실 삶을 지시하거나 규정하는 소통체계인 동시에 나름의 미적, 심미적 기준이 작동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문자 이미지란 이미 존 재하는 일종의 오브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문자 이미지 들의 제약과 규정, 관리 그리고 그것들이 뿜어내는 문화적 환기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그 자생적인 글쓰기, 규범적인 문구들은 미적 대상 혹은 시각 이미지의 영역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시는 일상에 편재된 문자 이미지에 기생해나간 작업들을 모은 셈이다. 우리 삶의 다양한 공간에 자생적으로 쓰여 지고 자리한 여러 다양한 문자를 시각 이미지로 새삼 들여다 본 작 업들을 모은 것이다. 회화와 사진 작업으로 채집되고 다시 쓰여진, 그려진 이 작업은 현실계에 위치한 문자들이 지닌 의미와 기능, 그 조형적 질서를 다시 인식해보는 한편 대중들의 보편적이고 상식화된 세계관과 미의식, 혹은 정보적 기능과 이데올로기의 수단이 되고 있는 문자/칼리그래피를 하나의 풍경으로 조망하게 한다. 그것 자체로도 충분하고 풍부한 해석과 미의식을 간직하고 있고 대중들이 지니고 있는 막연하고 보편적인 미적 기준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한편 이미 우리의 현실적 풍경을 만들고 있는 이 인공적인 인테리어 문자화를 오늘날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해보고자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