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 Day Break, 2012. 7. 25 – 8. 7
나는 야행성이다. 한 낮의 도시는 분주하고 치열하고 부대껴서 게으른 나의 시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텅 빈 밤으로 무작정 발을 향한다. 새벽의 공간들은 도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지만 때로는 그 고요함과 스산함이 나를 안심시킨다. 도시를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하나 둘 내 앞을 지나간다. 처음에는 그들을 마냥 찍고 싶어 무턱대고 셔터를 눌러댔다. 흔들린 시선은 내가 마주본 풍경과는 조금 달랐다. 그들을 멈춰 세우고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새벽에 홀로 도시를 부유하는 사람들을 섭외했다. 낯선 이들에게서 오는 시선의 차가움과 야밤의 도시가 뿜어내는 스산함이 어떤 사건이 있었을 것만 같고 기구한 사연이 있겠다 싶은 묘한 기분을 감돌게 했다. 그런 이미지들을 모았다. 그들이 향하는 한 지점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난 여전히 헤매고 있다. 이 작업이 욕망의 공간을 부유하는 사람들과 도시의 이면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박정표, See, Sea, 2012. 8. 8 – 8. 21
나에게, 바다는 언제나 같으면서도 단 한 번도 같은 적이 없었고, 항상 가득 차 있었지만 동시에 텅 비어있는 듯 나를 사색의 심연으로 인도하였다. 어쩌면, 아무도 없는 무대 위 고독하게 서서 서툴게 독백하는 배우가 되는 기분이 든다. 아니 오히려 독방에 갇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것도 사방이 뻥 뚫리거나 혹은 꽉 막힌. 그리고 나는 소리치고 침묵하고 중얼거린다. 그것은 때론 야릇하고 불안하거나 비장하다. 그것은 온기서린 품이거나 차라리 하나의 우뚝 선 벽이다.
나는, 숨어있던 내면의 욕구나 상처들이 경련을 일으킬 때, 그 자국들을 살펴보면서 비로소 나를 돌아보게 된다. 사진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사진 앞에서, 나는 또 한명의 방황하는 관객이자 배우로 서게 된다.
‘See, Sea’ 연작은 본인이 바다를 마주하고 바라보며 경험한 시간을 사진이미지로 남긴 작업이다.
박정근, 이다..혹은..였다, 2012. 8. 22 – 9. 4
박정근을 바라보다, 최광호 (사진가)
(중략)
그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장소를 다시 찾아 사진을 찍는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 슬픈 기억 평온함 편안함 상처… 지난 5년동안 그의 만감에 합류했던 추억의 장소들은 시간이 흘러서 많이 변했다. 그런데 스스로의 기억은 옛날 그대로이다. 나도 변하고 장소도 변하였으나 내 기억은 예전과 지금이 같다.
옛날 첫 사랑의 추억을 찾아 그곳을 다시 갔다. 과거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였다. 지금은 애인 대신 사진기와 함께 간다. 중국, 이집트의 사하라 사막, 독일 바이마르… 박정근은 그 곳을 다시 찾아서 스스로를 바라본다. 바라보는 나는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이다. 기억속의 나와 지금의 내가 충돌한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그의 개인전 사진들은 모두 과거의 의식과 지금 다시 새롭게 거듭나는 의식의 흐름이 공존한다. 그는 기억의 시간 속에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나로부터 급변하는 세상 속에 사는 나에 이르는 의식의 흐름을 사진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저 바라보고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벗음으로 새롭게 사진 앞에 서는 것이 다름이다. 박정근의 벗음은 하나의 의식이다. 뱀이 허물을 벗듯이 스스로의 기억의 허물을 벗는다. 그 허물이 사진에 자국을 남긴다. 처음 엄마의 몸에서 알몸으로 태어나듯이 박정근은 벗음 사진으로 새롭게 태어남을 주장한다. 벗음으로 그 땅에 다시 섬이 당당하다. ‘나는 사진가야.’ 내가 이렇게 살았음을 사진적으로 선언함이 떳떳하다. 그리하여 나는 박정근의 작업을 의식의 허물 벗음이 있는 ‘의식의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박정근은 사진으로 스스로의 허물을 벗는다. 나 같다고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이다. 힘들지. 그래도 그 힘듬을 참고 잘 하자. 지금 너 잘 하고 있으니 나 좋다. 힘듬을 극복하는 것은 그렇게 스스로의 허물을 벗는 것이다. 허물 벗지 않고서는 자랄 수 없다. 그래서 허물 벗음은 성장이다. 그 스스로의 성장, 허물 벗음을 사진으로 박정근은 만들어가고 있다.
‘믿는다. 나를 믿는다.’ 박정근의 사진에는 스스로를 믿음으로부터 우러나는 감동이 있다.‘ 나 사진함으로 살아 있다.’ 사진으로 자신의 마음에 용기를 내게 하는 원천적인 힘이 바로 그의 사진속에 살아있다. 이렇게 살아왔기에 지금 이렇게 살아 있음을 사진과 더불어 고백할 수 있는 용기. 사진에 자신의 전부를 맡기고 사진가로서 거듭나는 모습. 그의 진정성에 반한다.
지금부터는 나로부터의 사진이다. 세상에 맞서는 사진가. 그 마음이 사진에 촉촉이 녹아내림이 좋다. 35살의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사진에 담김이 자랑스럽다. 첫 개인전이라 수줍어 하는 그에게 너는 벌써 아름다운 사진가야. 박정근. 너 참 훌륭한 사진가이다.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