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안창홍이 사진으로 전시를 한다. 소식을 전해들은 지인들은”왠 사진전?”하며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곧 사진전을 열 것이고 지금은 며칠째 컴퓨터 앞에 앉아서 파일에 저장된 사진들 중 전시 방향에 맞는 것들을 골라내어 색 교정 하느라 시간을 죽이고 있다.
왜, 전시 제목을 안창홍의 ‘쿠리에서 고비까지’ 라 정했는고 하니 여행 사진들로 하는 전시라 그렇게 했다. 설명을 좀더 덧붙이자면 약 이십 여년을 일년에 한두 번씩은 거의 해외로 여행을 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다닌 곳이 인도의 자이살메르와 몽골의 고비사막 주변이라 그렇게 했다, 쿠리는 인도의 카자흐스탄, 자이살메르에 인접해있는 작은 마을이고 고비는 몽골의 고비사막을 뜻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카메라 만지기를 좋아했다(견고하면서도 세련된 몸통과 스스로 지능을 가진 듯이 보이는 탐미적이고 반들거리는 눈알)물론 사진 찍기도 좋아했다. 궁핍과 절친한 관계이든 젊은 시절에도 제법 값나가는 카메라(그땐 카메라가 제산 목록에 들어갈 만큼 귀한 시절이었음)를 어렵사리 장만하곤 여기저기, 이것저것 열심히 찍어댔었다. 나름, 예술 혼으로 폼 나게 찍어 놓은 것들도 더러 있었다.
그렇게 사진과의 깊은 인연 때문인지 나의 작품들도 사진과 연관되어 있거나 사진을 이용한 것들이 많고, 마음 한편엔 기술적인 것과 예술적 내공이 다져진, 내 방식의 연출로 빚어낸 탄탄한 사진들을 모아서 전시회를 하고픈 욕구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사진을 선별해 내는 동안 아이디어 하나가 떠오른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사진 속 인물들이나 풍경 위에 노랑나비를 몇 마리씩 팔랑 팔랑 날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나비들이 여행자의 자유롭고 일탈된 영혼의 상징처럼 사진 속 여기저기를 날아다니게 하고픈 것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역시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는다. 비교적 안락한 삶에서 이탈된 오지 여행은 사실 여간 힘이든 것이 아니다. 불결함과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고 우리에겐 이미 생활화된 질서나 상식적인 원칙 마저 도 기대할 수가 없다. 그래도 틈만 나면 여지없이 그곳으로 가기 위해 배낭을 꾸리는 이유는, 그곳에는 더욱 깊은 절망이 있고 탄식과 분노가 있고 우리는 잃어버린지 이미 오래된 사람의 향기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물리적으로 치러내야 하는 육체적인 힘겨움 쯤은 정말 하찮게 여겨질 만큼 소중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내심과 절심함 없이는 감히 근접할 수 없는 가치로운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성찰과 깨우침, 경이롭고 찬란한 고대 문명들, 척박하고 광활한 대지의 숭엄함, 사막여우, 쏟아지는 별들, 눈만 감으면 선연히 떠오르는 보석처럼 빛나는 시간들이 지금 이순간도 내 손목을 잡아 끄는 것이다. 내 영혼의 한 부분은 언제나 그 곳에 있고 다시 그곳으로 날아가기를 꿈꾸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