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계 四季
  • 김용훈 KIM YONGHOON
  • 2021. 4. 1 - 4. 30  

작가노트

 

나의 이전 작업들에서부터 줄곧 지속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시간에 대한 감정이다.

잊혀 가는 기억에 대한 기록, 더불어 흘러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 혹은 소중함과 같은…….

 

‘Time in a Bottle(병 속에 시간을 담아둘 수 있다면)’을 듣고 영감을 얻은 이번<사계> 연작은 빈 병 속에 아쉽고 소중한 시간을 영원히 담아내고 싶다는 은유적 염원을 담고 있다. 시간의 확장성으로 계절을 연상시킨 과일과 조우하여 예술이 줄 수 있는 무한대의 시각적 언어로서 재해석한 병을 통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소재들에 대해서도 결코 쓸모없지 않고 그 자체로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무심한 듯 보이는 빈 병은 그 안에 담겼던 내용물과 시간의 기록들이 소멸하는 과거에서의 흘러가는 시간을 상징한다. 제철 적정 시기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면서 시간의 흐름을 일깨워주는 또 다른 오브제인 반갑고 신기한, 생생한 과일을 통해서는 현재 지금의 시간을 주목하기를 바랐다. 이렇게 대립적인 개념을 내포한 두 오브제를 또 다른 대립적 개념을 가진 빛과 그림자의 표현으로 극대화하였고, 오후에서 저녁으로 흘러가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재현하였던 과거 인상주의와 같이 나의 사진 속의 대상들에 강렬하게 부딪혀 나타나는 빛과 그림자가 이러한 감정의 선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전 작업과는 달리 비스듬한 이질적 배경의 구도와 촬영 당시의 감정에 대한 색감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사계> 연작 속 두 오브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시간이 내재하는 소중함, 숭고함… 이는 우리 인생의 많은 물음에 대한 답이 될 것이고, 또한 현재의 가치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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