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의 지평선 Event Horizon
  • 이재욱
  • 2020. 9. 2 - 9. 20  

작가노트

Inner Safety II, 2019

촬영자와 피사체 사이에는 권력이 존재하고, 촬영된 이미지들을 발표하는 데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것은 도덕- 사회적 책임, 그리고 개인적 윤리에 대한 책임 등 세심한 단계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Inner Safety두 번째 시리즈인 이 이미지들은 일반 북한 주민들이 그들의 스마트폰으로 찍은 일상생활의 사진들이며 아직 검열되지 않은 날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북한을 방문하여 촬영한 사진들, 혹은 북한에서 선전용으로 유출하는 이미지들의 순수성에 의문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했으며 허락된 대상과 장소만 촬영하는 것은 통제와 검열의 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왜곡된 이미지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촬영 대상이자 주체로서 그들이 찍은 이미지를 수집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작업은 단순히 미지의 북한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며 대상화되는 우리 사회 일부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이다.

 

 

Grade X Exposure, 2020

Grade X Exposure 시리즈는 흑백의 극단적 대조를 통한 사유적 긴장을 유도한다. 또한 X Exposure는 현실의 부정, 사건의 폭로 그리고 레이어의 중첩을 뜻한다. 중앙정보부 본청, 안기부 6국, 경호원 기숙사…

50여 년 전 남산 도처에 자리 잡았던 수십여 채의 건물들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해야만 했던 곳”으로서 현재의 나에게 훼손된 권력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거꾸로 장착된 Sunset filter는 더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핏빛으로 차오른 서슬을 상징한다. 나는 지금은 일상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옛 안기부 건물들을 마주하며 잘못된 역사의 순간들이 이제는 무명의 목격자들처럼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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